요리사는 필요한 칼을 잘 골라 갖추고, 항상 깨끗하고 예리하도록 관리해야 한다.

잘 관리된 칼은 무딘 칼에 비해 더 위생적이고, 더 빠른 작업 속도를 제공하며, 더 안전하다.





1. 어떤 식칼이 필요한가



자신만의 키친 나이프 컬렉션을 구성할 땐

얼마나 자주 필요로 하는지, 사용하기에 편한지, 꾸준히 관리할 수 있는 컬렉션 규모인지,

본인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중저가 식칼은 평을 들어보고 가성비 좋은 제품을 사서 잘 갈아서 사용하면 된다.

고가의 식칼을 살 땐 주방용품점에서 테스트해 본 다음 사는 게 좋다.



[ 재질 ]


세라믹 칼처럼 신소재 칼도 나오지만, 철을 기본 재료로 하는 칼들이 대부분이다.

탄소강, 스테인리스 스틸과 같은 건 철에 무엇이 함유됐는지에 따라 붙여진 이름이다.


철에 탄소가 함유된 게 탄소강이고, 0.5% 이상 함유된 게 고탄소강, 주철(무쇠)이라고 한다.

일본에선 탄소강 강재만을 두드리고 물로 식히는 재래식 공정으로 만든 칼을 '혼야끼 칼'이라 한다.

탄소 함량이 높아질수록 강도가 높아 절삭력이 오래 유지가 되지만, 녹에 취약해지는 단점이 있다.

보통 부지런해서는 관리가 안 된다. 오래 묵힐 땐 물기를 제거하고, 기름을 먹인 상태로 보관해야 한다.


우리가 가장 많이 접하는 스뎅 칼이다. 탄소강에 크롬을 13% 이상 섞어주면 스테인리스강이 된다.

탄소강보단 녹은 잘 슬지 않지만, 칼날은 더 잘 무뎌진다. 그래서 자주 갈아줘야 한다.

난 회칼을 제외한 웬만한 스뎅 칼은 양날 연마만 한다. 양날이 그나마 덜 빨리 무뎌져서.

망간, 바나듐, 몰리브덴, 텅스텐 등을 합금해서 단점을 보완하기도 하는데,

스테인리스강은 합금재료와 함량 정도에 따라 종류와 가격대가 매우 다양하다.


탄소강 칼은 걸핏하면 녹이 슬고, 스뎅 칼은 걸핏하면 넘어가는 칼날을 잡아야 하고.

어떤 재질의 쇠칼을 선택하든 매일 관리해야 할 운명이다.



[ 살펴볼 만한 나이프 종류 ]


■ French Knife



흔히 볼 수 있는 다용도 부엌칼. 셰프 나이프라고도 한다.

'규토'는 서양 프렌치 나이프를 모방한 일본 식칼이며,

규토보다 덜 공격적으로 생기고 다소 작고 가벼운 '산토쿠'도 있다.



■ Boning / Filleting Knife



주로 육가공에 쓰이는 날이 얇고 곡선형인 식칼.

유연한 칼날은 고기, 생선, 가금류를 해체할 때 뼈를 타고 살 바르기에 좋다.



■ 야나기



흔히 '사시미칼'라고도 불리는 가장 잘 알려진 회칼. (야나기바, 야나기보쵸)

주로 생선 껍질을 살에서 분리까지 마친 횟감을 회 뜰 때 사용하는 외날 칼.

칼날 길이는 짧은 건 210mm, 국내에서 가장 흔한 270mm, 그리고 300mm 이상도 있다.



■ Pairing Knife



칼날 길이가 매우 짧은 식칼.

작은 나이프는 더 세밀함을 요구하는 작업에 쓰인다. 딸기나 새우 손질 등등.



■ Serrated / Bread Knife



톱니 날 식칼.

빵과 케이크를 자를 때 쓰이지만, 껍질이 두꺼운 채소/과일을 자를 때도 쓸만하다.



■ 데바



생선 뼈 치기부터 포 뜨기(오로시)까지 생선 해체에 다양하게 사용되는 생선칼.

'혼데바'와 혼데바보다 좀 더 길고 얇은 '미오로시(오로시) 데바', 이렇게 두 종류가 흔하다.

뼈 치기에도 적합한 혼데바는 생선 해체 전반에 사용할 수 있다.

(칼날 165mm 미만은 너무 짧고. 날 하단 4부는 뼈 치기, 6부는 오로시로 활용 가능)

데바는 기본적으로 무게감이 상당해서, 고기를 많이 잡는 현장의 경우엔 자연스레 피하게 된다.

혼데바보다 가볍게 만들었다는 '상데바'를 사용하기보단

재래식 무쇠 칼(막칼) 또는 야나기처럼 생긴 오로시 전용 성형 칼 하나로

포 뜨고 껍질 제거까지 해결하는 것도 흔히 볼 수 있다.



■ Cleavers Knife



흔히 '중식칼'이라고 말하는 칼 모양을 한 식칼.

다른 칼처럼 뾰족한 칼끝으로 당겨 썰거나 도리는 걸 제외하면

치거나, 자르거나, 썰거나, 으깨는 등 칼로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작업에 적합한 다용도 칼.

칼면이나 무게를 더 줄인 야채칼(vegetable knife / 우스바)도 있다.

개중 중식칼(Chinese Cleaver Knife)이 다용도 면에서 가장 벨런스가 좋지 않나 싶다.



■ Carving / Slicing Knife



슬라이스 전용 식칼.

주로 치킨, 수육처럼 굽거나 찐 고기를 자를 때 쓰인다. (계란말이 썰 때도 꾸르)

칼면에 홈을 내거나 두드려 만든 흔적을 남겨두는 '츠치메(해머드 다마스커스)' 기법으로

음식 재료가 칼면에 들러붙는 현상을 억제하려는 칼들이 있는데,

카빙 나이프는 칼면에 굴곡을 준 디자인이 유난히 많다.

칼이 고기에 박혀 안 움직이는 불편함을 방지하기 위함인 듯하다.

칼만 따로 팔기도 하지만, 조리 포크까지 2-piece 세트로 구성된 것도 흔하다.

뜨거운 고기를 손으로 잡긴 어려우니까.



■ Kitchen Shears



생고기나 갑각류 껍질 자를 때 가위보다 편한 게 없다.

기능상 사무용이나 주방용이나 별반 다르진 않겠지만,

날 분해가 되는 '주방 가위'는 세척과 칼날 갈기가 편리하다.





2. 안전하고 깨끗하게 보관하기



칼은 절대로 식기 세척기에 넣어선 안 된다.

식기와 칼이 서로 부딪쳐 상하고 습한 공간에서 녹슬 수 있다.

씻을 땐 비눗물을 먹인 스펀지로 꼼꼼히 씻고,

마른 수건으로 확실히 물기를 제거한 뒤 완전히 건조한다.



■ Knife Blocks



칼꽂이엔 반드시 칼을 깨끗이 씻고 말린 뒤 꽂기.



■ Knife Sleeves/Guards



따로 보관하더라도 안전과 칼날이 상하는 걸 방지하는 데 필요하다.



■ Knife Rolls



칼을 들고 다닐 땐 하다못해 타월에라도 감싸서 다녀야 한다.

몇 자루씩 들고 다닐 땐 전용 나이프 롤이 필요하다.





3. 칼 연마는 요리사의 기본 소양


칼날을 가는 건 날을 세워 작업이 수월하게 한다는 목적뿐만 아니라,

칼을 녹이 슬지 않도록 유지한다는 위생 관리 목적도 있다.


칼날 연마술은 저마다 달리하며 다양한 방법이 있는데,

다른 게 정답이 아니라 한 방식으로만 일정하게 가는 것이 정답인 듯.

칼날을 한 방향으로 갈지 않으면 날의 예리함과 견고한 정도가 떨어지게 되어있다.



칼을 간 뒤 칼날이 얼마나 잘 섰는지 확인하고 싶으면 토마토, 고추, 피망, 파프리카처럼

표면이 매끈한 재료를 대상으로 칼날이 얼마나 잘 먹히는지 테스트해보면 된다.

도마 위나 모서리에 칼날을 살짝살짝 댔을 때도 날이 제대로 섰을 땐 멈추는데,

날이 죽어있으면 칼날이 먹히지 않고 그대로 밀려 나간다.

주변에 그마저도 안 보이면 손톱에 살짝 대어 확인할 수도 있는데, 손톱 상한다.



[ 연마 도구 ]


■ 물숫돌



숫돌 연마는 공들인 만큼 칼날 품질은 가장 매끄럽게 뽑을 수 있는 연마법이 되겠다.

하지만, 날을 제대로 세우고 다치지 않기 위해 오랜 집중력이 필요하다.


난 '400방/1000방/6000방' 세 종류의 킹숫돌을 사용하고 있다.

거친 400방은 초벌로 날 잡을 때, 사용하다가 이가 심하게 나갔을 때나 쓴다. 자주 사용하진 않는다.

(초벌은 너무 수고스러워서 전문가에게 날 잡아달라고 의뢰하는 게 편하긴 하다)

주로 1000방으로 칼날을 연마하고, 6000방으로 칼날 표면을 더 말끔하고 단단하게 정리한다.

8000 이상, 10000방부터는 갈아내는 목적보다 광을 내는 경면처리가 필요할 때 사용한다.

칼을 더 깔끔하고 고급스럽게 보이게 하는 심미적 효과도 있고, 녹이 슬기 전에 방지하는 효과도 있겠다.


숫돌 표면에 물을 끼얹는 것은 물이 윤활 역할을 하기 때문인데,

사용 전 30분에서 한 시간은 물을 먹여놔야 숫돌 표면에 물을 자주 뿌려주는 수고를 덜 수 있다.

숫돌 표면에 물을 뿌리는 것도 현장에서 배운 것만 두 가지 방식이 있다.

수도꼭지 아래서 숫돌 표면에 물을 똑똑 떨어뜨려 숫돌 표면을 적시는 동시에 잔여물을 씻어내리는 타입,

돌가루+쇳가루가 뒤엉킨 잔여물을 그대로 둔 상태로 표면만 살짝 적셔가며 연마하는 타입.

결과물만 보면 낙수 아래서 정성껏 도 닦는 게 가장 매끈하게 연마된다.

잔여물을 그대로 두고 연마하면 칼은 빨리 갈리지만, 칼에 잔기스가 남아 광택이 덜하다.


아무리 숫돌 면 전체를 사용하려 해도 일정한 동작으로 갈다 보면 갈리는 부분만 갈리게 되어있다.

상대적으로 높이 올라온 숫돌 네면 귀퉁이 부위에 칼 앞날만 따로 갈면서 높이를 맞추는 것도 좋다.

그렇더라도 주기적으로 숫돌 평탄화를 하지 않으면 칼날이 평평하지 않고 오목하게 갈린다.



■ 연마봉(야스리, Sharpening Steel)



미리 칼 갈아놓기 귀찮아서 안 갈아뒀거나, 사용 도중에 칼날이 누웠을 때처럼

당장 사용해야 하는데 숫돌로 갈기엔 제약이 있을 때가 있다.

이럴 땐 연마봉으로 몇 번 쓱쓱 문지르면 당장은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숫돌로 칼 가는데 들이는 시간과 수고를 생각하면 연마봉을 사용하는 게 능률적이긴 하다.

숫돌로 간 것보다 칼날이 쉽게 무뎌진다고 해도 연마봉으로 날 세우는 거야 금방이니까.

급한 대로 연마봉을 사용하고, 이후에 숫돌로 칼날을 고르는 것도 괜찮다.


그런데 회칼처럼 애초에 연마봉을 사용하기엔 적합지 않은 칼도 있다.

외날 칼을 연마봉으로 연마하는 것도 애로 점지만, 무엇보다 회칼은 날이 매끄럽게 서 있지 못하면

생선을 해체하거나 회를 뜰 때 말끔하게 작업이 안되기 때문이다.

또, 탄소강으로 만들어진 칼 또한 연마봉으로 갈 수 없다.

칼이 연마봉 재질보다 강한 철이라서 칼이 아니라 연마봉이 갈린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Posted by 1밀리미터

댓글을 달아 주세요